태국식당을 가다!

치유남 | 2015.05.14 00:10:03 | 조회 5493


김해에서 무려 9시까지 고된 노동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같이 다니는 이사님 曰

"야, 니 태국 음식 먹을 줄 아나?"

이 치유남 먹거리를 가려본 역사가 거의 없는 몸, 캐첩과 초장과 김밥천국 깍두기와 탕수육 소스가 아니라면 무엇도 날 막을 수 없음을 간결하게 어필했다.

"음식 가리는 거 없슴돠."

그리하여 찾아간 이곳은 서상동의 '란콘므엉'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제법 유명한 듯 하다. 여기 사장님이 이사님 친구분이더라.
그러나 그 사장님은 그 동네 다른 사장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러 가셨고(...) 이사님과 나는 커뮤니케이션에 애로사항이 있는 태국인 종업원과 손짓 발짓을 하며 주문을 했다. 주문한 음식은 총 세가지. 태국 쌀국수(이름은 모르겠다.)와 볶음밥, 똠양꿍, 그리고 팟타이




사진이 흔들려서 알아보기는 힘들겠지만, 저 맞은 편에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이었다. 아마 태국인인 모양.
그런데 그 외국인들이 좋은데이를 두병 시켜서 반주로 먹는 모습에서 문화충격을 느꼈다.




요것이 이름모를 태국식 쌀국수. 돼지고기가 들어있는데 사실 현지 태국인들은 돼지고기를 넣어서 먹는 음식은 아니라고 한다. 모든 종업원이 태국인 일가족(+친척)으로 구성되어 있고 주방또한 그런데, 그 사람들의 태국 집밥스러운 요리를 조금 더 음식점에 맞게 개량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개량한 음식은 아니고(그랬으면 가게에 외국인들만 있진 않았겠지.) 태국인들이 먹기에 좋게 만든 모양인 듯.

맛은 알수 없는 종류의 향신료 향이 나고, 약간의 산초향, 그리고 익히지 않은 생숙주나물과 쌈싸먹을 때 몇번 보긴 봤는데 이름이 가물가물한 채소(역시 익히지 않음)이 동실동실 떠다니는 쌀국수이다.

테이블에는 땅콩가루, 고추가루, 설탕통이 있는데 이 세가지를 기호에 맞게 뿌려 먹는 것이 태국특유의 식문화라고 했다. 한 스푼씩 넣었다.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 같은데 난 워낙에 향신료 종류는 다 좋아해서 문제없이 먹었다. 맵지는 않은데 향신료 덕분에 먹다보면 입가가 알싸해지는 그런 맛이었다. 먹다보면 카레향 비슷한 것 같기도 했지만, 강황맛이 안 나고 걸죽하지 않아서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별점 3.5점(대중성이 부족해 감점, 개인적으론 4점)




볶음밥은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못했다. 따로 고기나 해산물이 많이 든 건 아니고, 커다란 새우 하나가 들었다. 그 외에는 야채와 계란만으로 볶은 것인데 쌀알에서 군옥수수향과 땅콩향이나고 단맛이 강했다. 이걸 먹을 때 쯤 옆 테이블에 앉은 단체여자외국인손님들이 쌀국수를 먹는데 설탕을 한 바가지씩 넣더라. 볶음밥에서 왜 단맛이 나는지 그 편린을 엿본 느낌이었다.

달달하고 고소한 가운데 약간의 향신료향이 나는 볶음밥이었다. 먹을 수는 있겠으나 맛있다!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별점 2점.




팟타이는 태국식 잡채라고 보면 된다. 생숙주를 위시한 채소들에 커다란 왕새우와 당면스러운 느낌의 면, 그리고 계란이 들었다.
코코넛 오일에 볶았다고 하는데 코코넛 오일의 향보다는 고소함이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고소한 맛의 요리에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던 간장소스가 이 요리에 쓰이는 것인지 어울렸다.
이건 처음 먹는 사람도 무난하겠다 싶지만, 생숙주는 특유의 향이 있으니 조심해서 먹어야 될 것 같다.

걍 맛있었고, 무난했고, 고소했다. 그러나 고소함이 강한 나머지 먹다 보니까 약간 물렸다.

별점 3점.



그리고 똠양꿍. 사진에서 국자로 뜨고 있는 된장찌개스럽게 생긴 음식이다. 안에는 미트볼 모양의 어묵, 팟타이와 볶음밥에는 소심하게 들어있던 왕새우 여러 개, 의외로 조금 삶긴 야채, 오징어등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말린 생강 같은데 냉장고에 들어있던 비주얼이 전혀 생강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같이 생겨서 생강맛이 나다니 묘한 식재료다.

맛은 어떨까. 센세이션이었다. 일단 아까의 쌀국수에서 나던 향신료향은 아주 작게 나서 느끼기 어려웠고 대신에 산초향이 조금 강한 가운데 맛은 약간 신맛과 단맛이 났다. 이게 합쳐지니까 놀랍게도 '따끈한 국물'에서 '상큼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짜고 달고 신 세가지 맛에 산초향이 메인이 된 여러 향신료들이 어우러져 내는 맛은, '이게 열대요리의 맛이구나.' 싶은 그런 감상을 들게 했다. 괜히 세계3대 스프요리가 아니다. 이건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충격이었으니까.

기본적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음식은 문화적 거부감이나 생경함을 돌파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된장찌개를 처음 먹는, 혹은 냉면을 처음 먹는 외국인의 마음이 이런 건 아닐까. 단순히 맛이 있다 없다를 넘은 뜻깊은 경험이었다.

별점 4.5점.


여담이지만, 태국에서는 이렇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여러음식을 시킨 뒤 나눠먹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확실히 식당에 붙어있던 태국 포스터들에도 큰 상에 여러 음식이 가득한 모습이었으니... 이런 부분은 한국과 굉장히 비슷한데도 음식은 전혀 다른 느낌이라니 묘하다.

그리고 외국에서 오래 일을 하신 이사님의 외국풍습 이야기를 들으며 커피를 한 잔하고 진정한 퇴근을 이룩했다.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태국에서는 아침에 출근할 때 씻지도 않고 옷만 입고 나온다고 한다.
길가는 길에 미용실 비슷한 곳에 들어가면 알아서 머리 감겨주고 화장시켜주고 그러는 곳이 있고
아침밥도 그냥 길가면서 사먹는다고 함.

여러모로 문화충격을 느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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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씨밥세끼잘챙겨드시네요 | 라이크0 디스0 | 05.14 00:13 | 신고 | 수정 | 삭제
마싯겠다헉헉
댓글 1
치유남 05.14 00:16 | 신고 | 수정 | 삭제
마싯었다!
관리자 | 라이크0 디스0 | 05.14 00:13 | 신고 | 수정 | 삭제

나도 다 먹어봤땅 다 마싯게먹엇는데 자주생각나고 그런거 ㄴ아니고 가끔 지나가다 간만에먹을까 이런느낌!
그나저나 마지막 감겨주고 하는거 그거 부럽다

댓글 1
치유남 05.14 00:16 | 신고 | 수정 | 삭제
저긴 현지인들이 먹는 곳이라 현지스러운 맛이고 일반적인 태국식당은 좀더 한국스럽게 바꾼 맛이라 맛은 한국스럽게 바꾼게 낫대. 근데 저건 오리지날 맛이라는데 의의가 있는 거 같아. 여행가면 저런 맛일 거 아냐ㅋㅋㅋ

여행 갈 돈은 없지만ㅠㅠ
찌롱 | 라이크0 디스0 | 05.14 00:51 | 신고 | 수정 | 삭제
배고푸다
댓글 1
치유남 05.14 22:01 | 신고 | 수정 | 삭제
저런ㅠㅠ
아이디가참예뻐 | 라이크0 디스0 | 05.14 16:53 | 신고 | 수정 | 삭제
땅콩가루 맛있겠다. 난 태국음식은 뭔가 향이 강해서 흐흑.. 
우리집 근처에도 미용실 있었으면 좋겠네 
댓글 1
치유남 05.14 22:01 | 신고 | 수정 | 삭제
누난 팟타이 정도까지만 먹을 수 있겠다.
그건 그냥 고소한맛이야
헤디 | 라이크0 디스0 | 05.14 18:07 | 신고 | 수정 | 삭제
팟타이 츄릅
댓글 1
치유남 05.14 22:01 | 신고 | 수정 | 삭제
ㅎㅎ난 똠양꿍이 맘에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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